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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여행

나 홀로 여행 ① 히메지: 여행의 시작, 설레는 출국부터

by 나르는나른 2025. 5. 3.

터미널에 도착한 직후의 광경

 

여행의 설렘은 항상 출국 전날 밤부터 시작된다. 다행히 이번 여행 전날은 긴장 속에서도 나름 잘 잤다.

새벽 5시가 조금 넘어서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08시 30분 출발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다소 빠듯한 일정이었다.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준비해둔 캐리어와 백팩을 메고서 서둘러 차에 시동을 걸었다.

도로는 다행히 막히지 않았고, 계획대로 07시 경에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미리 예약해둔 발렛파킹 덕분에 복잡한 주차 문제 없이 바로 터미널 입구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터미널에 들어서자마자 오토체크인으로 간편하게 수속을 이미 마친 나는, 간단하게 수하물만 맡기면 끝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빠르고 간편한 과정 덕에 오히려 30분 더 잠을 잘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도 공항에서 여유롭게 바라본 아침의 풍경은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었다. 이제 막 시작된 나만의 일본 여행. 이른 아침의 공항에서부터 기대감이 서서히 피어나고 있었다.

 

게이트를 지나 비행기 탑승구로 향할 때는 여행의 기대감이 한층 더 고조되었다.

 

대항항공 로고가 최근 바뀌었다고 들었지만, 주변에 주차된 비행기들은 여전히 기존 로고를 유지하고 있는 듯 했다.

 

집에서 공항까지 이동할 때도 비가 꽤 많이 왔는데, 비행기에 탑승한 후에는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비행기가 활주로로 이동하는 도중 창밖으로 새로운 로고를 입힌 대한항공 비행기를 발견했다.

심플하고 깔끔한 디자인이 꽤 마음에 들었지만, 내가 탑승한 비행기가 새로운 로고였는지는 모르겠다.

 

 

세토내해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하늘에서 제대로 감상하고 싶어 일부러 비행기 우측 앞자리에 앉았지만, 날씨 탓에 잘 보이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고베공항에 가까워질수록 구름이 옅어지면서 점점 더 멋진 풍경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드디어 고베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다.

고베공항 제2터미널 도착 직후 광경
고베공항 제2터미널 광경

고베공항 제2터미널에서 수속을 마치고 짐을 찾았는데, 터미널 내부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여행을 마치고 귀국할 때 ChatGPT를 통해 알아본 바로는 제2터미널이 저가 항공사를 위한 공간이었다고 한다.

대한항공이 왜 이곳을 사용하는지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제1터미널도 매우 협소한 공간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납득이 갔다.

산노미야행 포트라이너 탑승을 위해 제1터미널로 도보로 이동중

고베공항에서 산노미야행 포트라이너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 표지판을 따라 어렵지 않게 찾긴 했으나, 일본의 개찰구 시스템과 포트라이너 탑승 절차를 몰라 결국 거의 30분 정도 시간을 소비했다.

특히 ChatGPT가 알려준 ICOCA 교통카드 발권기가 있는 줄 알고 여기저기 찾아다녔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대신 개찰구 근처의 발권기로 포트라이너 탑승권을 발권했고, 이 탑승권을 개찰구에 삽입하면 반대쪽에서 다시 튀어나오는 시스템이었다. 발권기에서 ICOCA 관련 옵션을 발견했지만, 새로 발급하는 것이 아닌 충전만 가능한 듯했다.

산노미야행 포트라이너 탑승

 

새벽부터 출발해 기내식도 없이 산노미야역에 도착한 나는 먼저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구글 지도를 켜 근처의 맛집을 찾아갔다. 데미그라스 소스를 듬뿍 끼얹은 돈까스가 먹고 싶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이미 8팀이나 대기하고 있었고 45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배가 많이 고픈 상태는 아니었기에 결국 산노미야에서의 식사는 포기하고 곧장 히메지로 향하기로 결심했다.

 

히메지 도착 예상 시간은 오후 1시 17분. 도착하면 가장 먼저 흐물흐물하게 생긴 타코야끼를 먹기로 했다.

다행히 일본 전철역의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 플랫폼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래도 구글 지도를 100% 신뢰할 수 없었던 나는 여행 내내 이런식으로 전광판 사진을 찍어두고 ChatGPT에게 다시 한번 확인하곤 했다.

 

그렇게 히메지행 기차에 무사히 탑승했다.

히메지역 하차 직후 광경

히메지역에 도착했다. 히메지는 조용하고 한산했다.

다이와 로이넷 호텔 객실 내 복도

 

숙소는 '다이와 로이넷 호텔 히메지'였는데, 캐리어를 펼쳐놓을 공간이 다소 부족했던 점 말고는 시설과 시스템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사실 산노미야역에서 기차에서 간단히 먹으려고 편의점에서 샌드위치와 물을 샀지만, 이동 거리가 짧고 기차 내 사람도 생각보다 많아 결국 포기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신발부터 벗고 간단히 스트레칭을 한 뒤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굳이 안사도 됐었는데, 일본의 세븐일레븐 샌드위치 맛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것도 절반 정도는 지분이 있었다.

 

기대와는 달리 맛은 평범했다. 오히려 우리나라 GS25, CU 편의점 샌드위치가 훨씬 더 맛과 양이 풍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히메지에서의 첫날이 시작됐다.

히메지 미유키도리 상점가 입구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미유키도리 상점가'의 입구가 나를 반겼다.

하지만 흐물흐물하게 생긴 타코야끼를 먹기 위해서는 반대방향인 남쪽으로 이동을 해야했다.

"미유키도리! 조금만 기다려! 곧 갈게!"

GRAND FESTA 건물에 위치한 식당 '타코피아'

흐물흐물 타코야끼를 먹기 위해서  '타코피아' 라는 식당을 찾아가야 했는데, 구글 지도에 찍힌 위치만을 보고 따라가면 절대 못찾는다. GRAND FESTA 라는 건물의 입구를 찾아서 들어가야한다. FESTA 건물이 정면으로 크게 보이는 방향에 있는 입구로 들어가면 안된다. 골목에 GRAND FESTA 입구가 따로 있다. 그곳을 통해 들어가야한다.

 

일본어를 전혀 모르지만 이것이 자판기라는 것은 단번에 알았다. 하지만 내가 먹으러 온 흐물흐물 타코야끼가 빨간색인지 초록색인지 분간하지 못하여 결국 ChatGPT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답은 간단했다. 초록색 '이카야키'는 문어를 통째로 구워낸 요리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주문표를 받아 직원에게 건내니 번호표가 있는 딱지를 주었다.

 

5~10분 정도 기다리니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정말 흐물흐물하다 ㅋㅋㅋㅋ

 

엄...속은 그냥 거의 쫀득쫀득한 밀가루 반죽이다. 이때 사실 조금 실망했다.

 

정말 덜익은 타코야끼 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비주얼과 맛 그 자체

 

간장소스?를 충분히 발라 먹으면 그나마 먹을만하다...

 

그리고 다 먹고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같이 준 국물에 타코야끼를 푹 적셔먹는것 또한 이 음식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라고 하는데, 딱히 후회가 되지는 않는다. 애초에 감동이 별로 없는 음식이라..

 

그래도 맛이 없지는 않았으니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적당히 허기를 채웠고, 건물을 나와 이제 다시 북쪽으로 발걸음을 돌려 미유키도리 상점가를 통해 히메지성과 코코엔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C-pla 라는 가챠(뽑기) 체인점을 두 곳이나 발견했다.

히메지에는 이런곳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 체인점 때문은 아니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히메지는 엄청 '촌'은 아니었다.

히메지성과 코코엔을 보기 위해 관광 온 전국 각지의 행인들이 즐비했다.

 

길을 돌아다니다 발견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가게에서 '콩가루 소프트크림'을 사먹었다.

 

짠내의 여운이 남아있는 나의 입 안이 고소한 콩가루와 달달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뒤덮여 나의 발걸음을 더욱 힘차게 했다.

 

뭘 쳐다봐

 

상점가를 걷다가 본 셔터에 그려진 벽화이다. 일본 전통 요소와 현대적인 아트 스타일이 융합되어 신선했다.

뭐라고 형용하기에는 어렵지만 나는 일본의 이러한 점 또한 마음에 든다.

 

 

상점가의 끝에 다다르자 저 멀리 히메지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에 어떠한 고층 빌딩 하나 없이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건축물인 성이 이렇게 홀로 떡하니 하늘을 차지하고있으니 멀리서 봐도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상점가 끝에서 바라본 히메지성
히메지성을 관람하는 나룻배
코코엔에 들어선 직후

그렇게 첫번째 목표지인 '코코엔 정원'에 도착했다.

비는 안왔지만 날씨가 흐려 걱정했지만, 나름대로 적당히 초록빛이 눈앞에 아른거리는것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귀여운 삼색고양이 한마리가 나를 반겨준다.

 

뭐하니?

 

 

전형적인 일본 전통 건축 양식의 회랑이다.

자연과의 조화를 기가막히게 이루는 일본 정원의 미학이 잘 드러나는 것 같다.

 

음... 날씨와 계절 때문인지 사실 코코엔 정원은 초반에 회랑을 지날 때 말고는 큰 감동은 없었다.

별도로 후술하고 싶은 말도 딱히 없다.

 

그러던 중 코코엔 정원을 빠져나와서 히메지성에 가려던 찰나에 불안한 기운이 엄습했다.

그 이유는 코코엔 정원을 빠져나오면서 순간적으로 히메지성 사진과 함께 4 pm 이라는 전광판이었는지 뭐였는지는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무언가가 나의 시야를 스쳐지나갔다.

 

나는 그 순간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글 지도를 켜 히메지성을 검색해보니 오후 4시까지가 히메지성 내부를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 때 당시 시간이 오후 3시 50분이었을 것이다. 나는 반 포기상태였지만 왜인지 모르게 스스로 발걸음을 재촉하고있었다.

 

그렇게 정확히 오후 3시 59분에 히메지성 내부 관람 발권 장소에 도착했다. 안내원 분들이 나와 같은 여행객들을 위해 마중나와 기다리고 계셨다.

정면에서 바라본 히메지성

 

흐린 날씨로 인해 히메지성이 더 장엄하게 보였다. 마치 전쟁을 앞두고 있는 것 처럼 말이다.

히메지성 천수각에 들어온 직후

 

히메지성 천수각의 1층이다. 자연 채광과 은은한 조명이 만들어내는 어둡고 깊은 느낌이 순간적으로 나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마치 게임속에 들어온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천수각의 3층 정도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장소를 보면서 곧바로 느꼈던것은, 이 마루바닥에 마치 병사들이 오와 열을 맞춰 앉아 대기했을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굉장히 정제되고 고요하면서도 묘하게 무게감이 있는 느낌이 또 다시 나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히메지성의 천수각은 이런식으로 사선에서 봤을 때 다층 구조가 겹겹이 보이는 입체감 있는 실루엣이 참 매력적인 것 같다.

꽤 지쳐보이는..

 

이렇게 코코엔, 히메지성 관람을 마쳤다.

 

코코엔 정원은 솔직히 계절과 날씨가 좋았어도 큰 감흥은 없었을 것 같다.

히메지성은 포기하지 않고 와본것을 매우 잘했다고 자화자찬 했다. 물론, 다음 날 자유 일정 시간에 갔어도 되긴 했었다.

 

 

그러고나서 찾아온 식당 '柊 本店(Eel restaurant Hiiragi)'

 

세토내해 연안의 조류가 빠르고 영양분이 풍부한 해역에서 자란 붕장어(아나고)가 맛이 좋다고 한다.

그 붕장어의 맛이 좋기로 소문한 곳 중 한곳이 히메지이다.

 

에도시대부터 히메지 지역은 붕장어를 소금구이, 튀김(덴푸라), 조림, 초밥 등으로 즐겨 먹어왔다고 한다.

 

장어는 가시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고, 양념의 간은 적당했다.

특히 장어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언젠가 일본에 다시 한번 여행을 오게 된다면 장어 덮밥은 꼭 한번 다시 먹어보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도 장어 덮밥 맛집을 찾으러 다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여행 1일차 히메지에서의 하루가 끝났다.